야심차게 준비한 1년간의 여행이 시간의 파도를 타고 어느덧 종착을 향해가고 있다. 처음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던 날에 생각했었던 방대한 계획들은 현 시점에 와서는 착실히 실행된 녀석들과 여러 핑계로 미뤄지거나 포기된 녀석들로 나뉜다. 확실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했던 경험의 양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블로그에서 주로 포스팅하던 컴퓨터 공학이나 인공지능 같은 커리어 관련 분야보다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다. 오늘은 대서양을 건너는 크루즈 안에서 열흘간의 오프라인 생활을 하면서 작성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포스팅해본다.

여행 내내 이미 가지고 다니는 짐이 많아서 가족들 선물을 추가로 들고다니는게 어려웠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여행지에서 구매하는 기념품 성격의 물건들이 가족들에게도 과연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아내와의 상의 끝에,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지나오면서 결국 받는이가 좋아할 선물을 찾아 🎁 명품 거리를 찾았다.

파리의 상징적인 상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면 메인 스트릿으로 이어지는 서브 스트릿들이 있고, 그 서브 스트릿 사이 사이에는 여러 명품 브랜드들의 직영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루이비통, 샤넬 같은 LVMH 사의 하위 브랜드들은 아예 메인 스트릿에 떡하니 들어서 있다. 런던은 조금 더 쉽다. 아예 명품 브랜드들만 자리잡은 본드 스트릿과 리젠트 스트릿만 걸어도 수많은 명품 브랜드 상점을 구경할 수 있다.

내 길지 않은 인생에서 사실, 명품이라는건 아주 멀리 있었다.

사치스러운 사람, 으스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구입하는 말도 안되는 가격의 물건.

이게 내가 가지고 있던 명품의 정의였다. 나는 여느 현대인과 다름 없이 물건을 구입할 때 가성비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한다. 그리고 나는 가성비를 계산해내는 능력에 대해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리하여, 나는 명품을 싫어한다.

이 화려한 거리의 더 화려한 상점에서 지갑을 꺼내려면 나 자신을 더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가성비란 무엇일까?

가성비의 수호자.

가성비라는 단어를 안쓰고는 뭐 하나 사기가 힘들다고 투덜대며 아내가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를 뜻하는 가성비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한다.
- 네이버 국어사전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풍요의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하는 수 많은 제품들 중,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좋은 제품은 당연히 더 비싸기 마련. 예산이 한정적이라면, 내가 필요로하는 만큼만 “더 좋은” 제품이 무엇인지 찾는게 필요하다.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제품을 찾는 것, 같은 성능이라면 더 싼 제품을 찾는 것. 가성비 계산의 시작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을 조사하는 것이다.

가성비1

각 제품들의 성능과 가격을 조사해서 위 이미지와 같이 2차원 평면에 🔵 점으로 찍는다. 가격은 꽤나 명백하지만 성능을 수치화하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다. 보통의 경우 그냥 직관적으로 정하면 되지만, 큰 지출의 경우 스펙들을 리스팅하고 WADM(Weighted Average Decision Matrix, 가중평균 의사결정 매트릭스) 등을 통해 각 제품의 성능 점수를 산출할 수 있다.

WDM 예시

이렇게 가성비 지도가 그려지면 보통은 그럴듯한 경향성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왠지 선형 회귀(Linear Regression)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은 아래 이미지처럼 일정 수준의 성능 기준을 초과하면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2차 함수 곡선 모양으로 그려질 것이다. 만약 경향성 그래프가 선형적(직선)으로 그려진다면 매우 투명한(?) 제품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고, 2차 함수의 곡률이 높다면(많이 휘어져 있다면) 특정 기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거나 시장이 왜곡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가성비2

이렇게 가성비 경향성 그래프를 그리고 나면, 그래프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제품들을 찾는다.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칠해진 이들이 가성비 제품 후보들이다. 이제 빨간색 점들 중에 필요 성능, 허용 가격 기준으로 적당히(Heuristic) 골라도 되지만, 이왕 글을 쓰기 시작한거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자.

가성비3

만약 조사한 제품이 너무 많아서 평면에 점들이 빼곡한 경우라면 여전히 곤란할 수 있다. 대략적으로 그은 가성비 경향성 그래프는 기껏해야 절반정도의 필터링 효과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빨간 점들 사이에서 진짜 가성비가 괜찮은 녀석들만 추리고 싶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격 최하단의 빨간 점 부터 수평으로 시작하는 계단을 그려보면 된다. 직각으로 이어지는 계단 위에 모든 빨간 점이 위치하게끔 점들을 이어보자. 그림에서 초록색 계단과 만나는 점들이 바로 가성비 녀석들이다.

가성비4

이제 각 성능 수준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을 걸러냈으니 필요한 성능을 기준으로, 아니면 허용 가능한 예산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써놓고 보니, 유저별 WDM 산출 문제만 해결하면 가장 개인화된 상품 검색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도 같다!

이야기가 너무 산으로 가는 것 같으니, 다시 돌아와서 명품 이야기를 해보자. 위에서 설명한대로 명품의 가성비 그래프를 그리면 이렇게 된다. 그래프 우상단의 🟠주황색 점. 일반 제품들의 좌표와 너무 떨어져 있어서 경향성 그래프의 영향권 밖에 위치한다.

가성비5

일반적인 명품 브랜드 제품들은 패션이나 잡화류를 다룬다. 특히 잡화류의 경우, 더 좋은 가죽 더 세심한 마감 처리로 양질의 제품들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용성의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객관적인 스펙으로 성능 우위 비교가 수월한 전자기기들과 달리, 명품 브랜드의 성능 지표 비교가 더 어려운 이유이다.

약간의 퀄리티 상승을 위해 몇 배에서 수십 배나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그렇다면 일반 상품의 가성비 계산 공식에 명품을 대입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일은 아닐까? 가령, 명품의 “성능” 수치에는 일반 상품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표가 있지 않을까?

명품이 뭐길래?

  • 의미론적 정의

    실력있는 장인이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퀄리티 있는 제품

  • 사전적 정의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
    - 표준국어대사전

사실 현 시대에 위의 두 정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 먼저 의미론적 정의를 살펴보자. 핸드 메이드의 낭만은 사람들의 가슴속에나 있는 얘기다. 제조업의 발전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오히려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보다 더 섬세하고 견고하며 신뢰할만하다. 물건이 귀하던 시대에는 보통 사람이 만든 것보다 실력있는 장인이 직접 만든 것이 눈에 띄게 좋았겠지만, 지금은 왠만큼 마켓 사이즈가 형성된 제품의 퀄리티는 상향 평준화되어 적절한 가격대에서는 무엇을 집어도 썩 괜찮다. 3만원짜리 모자, 5만원짜리 티셔츠, 7만원짜리 신발, 10만원짜리 지갑. 무엇을 선택하던 브랜드 밸류만 떼놓고 보면, 제품의 질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낭만 한 스푼에 수십배 가격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

사전적 정의도 마찬가지다. SNS까지 갈 필요도 없이, 상업 광고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나 만들어졌을 것 같은 정의다. SNS의 바람을 타고 “이름 난”, “난리 난”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수만가지 제품들이 인터넷 상에 흘러넘친다. 나는 그럴듯한 바이럴 마케팅에 당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에, 오히려 “난리 난” 제품은 피하는 경향이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명품의 정의를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명품을 “패션으로서 자본 계급을 암묵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명품 매장을 도도히 지키는 직원들과 가지런히 진열된 물건에서 뿜어나오는 아우라는 사회 초년생인 나를 압도하는 듯했고, 용기내어 그 속에 감춰진 가격표를 드러냈을 때에는 경악하거나 좌절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향해 웃으며 신용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계급과 그렇지 않은 계급이 나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중고차 가격의 신발이나 월세 보증금 가격의 가방은 이른바 서민으로 대표되는 일반 계급의 일반적인 사회 활동으로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4차원의 벽 그 너머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그 4차원의 벽이 계급이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왜 무리해서라도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가?” 이다. 월 250만원을 벌면서 400만원짜리 가방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무리한 지출을 통해서라도 얻고자하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는 무엇인가?

이미지 사회

현대 사회는 이미지 사회다. 어떻게 보이는지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내가 블로그를 통해 기술 포스트를 남기고, 깃허브에서 꾸준히 커밋 로그를 남기고, 시간을 들여 포트폴리오에 프로젝트 이력을 남기는 이유는 그것들이 개발자로서의 내 이미지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이직을 결심하고 다른 회사에 지원한다면 그 회사의 리크루팅 매니저는 위에 기술된 나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나에 대한 평가를 시작할 것이다. 기술 면접에서는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서류 검토 과정에서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것은 합격 라인에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요하다!

일상 생활에서도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매일같이 체크하고, 무의식중에 나와 비교한다. 꼭 인스타그램이 아니더라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라도 자신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에 적극적인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쁘거나 맛있거나 즐거운 모든 순간들은 디지털화되어 “나의 하루”로 기록한다. 이렇게 쌓이는 이미지는 좋던 싫던 “나”를 표현한다. 수 년간 한번도 통화하거나 메시지하지 않은 옛 친구가 내 근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이제 그닥 놀랍지 않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이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하길 바라는 듯하다.

물론 나를 표현하는 것이 마냥 나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일출을 보러가서 수평선에서 태양이 올라오는 짧은 찰나에도 내 두 눈으로 그 장관을 온전히 감상하기보다 카메라 렌즈를 먼저 들이민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먼저 최고의 순간을 감상하시면 그 다음에 내 두 눈의 차례가 온다. 그리고 그 카메라에 담긴 최고의 순간을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는 식이다. 나는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일출의 광경”에 담긴 가치보다 “새벽부터 일출을 보러가는(또는 갈 수 있는) 나”의 이미지에 담긴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표현 수단의 지위가 표현 대상보다 앞서는 모순이다.

다시 명품 이야기로 돌아와서, 재정적 여유가 뒷받침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명품을 갈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명품 브랜드들이 백화점의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로 등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위에서 다루었던 이미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넘어가고 있거나, 넘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형성되는 이미지는 보다 다양한 요소를 근거로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대상이 최고의 순간을 선별하여 시간을 멈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뷰티 필터도, 얼굴을 깎는 보정 도구도 적용될 수 없다. 또한 대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프레임 바깥 세상에 무수한 정보들이 존재하기에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온라인에서는 타인이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하게끔 이미지를 조작하는 것이 훨씬 쉽다.

이렇게 타인이 자신에 대해 갖는 이미지에 대해 손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본능적으로 더 예쁜, 더 나은 포장지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포장지의 역할을 브랜드가 수행한다.

결혼 반지

매우 독립적이라 자부하는 나와 아내는 부모님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결혼을 준비했다. 필수품목으로 일컫어지는 예물들을 “허례허식”으로 치부하면서 대부분 생략했지만, 결혼 반지만큼은 의미를 담아 힘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클리셰하게도 서울 영등포의 귀금속 거리로 향했다. 그 전까지 금은방에는 들어가본적도 없고, 값비싼 귀금속을 구입할 일이 전혀 없었던 우리는 결혼 반지를 찾아다니면서 처음으로 명품의 세계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등포의 귀금속 거리를 걸으면서 좌우로 펼쳐진 수많은 금은방에는 당연하게도 수백 수천가지 종류의 반지가 있다. 우리는 평생 착용할 좋은 물건을 현명하게 구입하고 싶었기에 거의 모든 금은방을 들락거렸던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왕가락지부터 최신 유행하는 무늬의 반지까지 다양한 제품을 다 찾아보고는 결국 “Simple is the best”라는 명제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도 촌스럽게 느껴지거나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반지를 찾다보니 결국 결국 심플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찾게 되었고, 청담동의 고급 주얼리샵(금은방에서 이름이 바뀌더라)까지 흘러가더니 결국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들에 닿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했던 “심플한” 디자인들이 전부 다 백화점 명품 브랜드에 있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백화점 매장에서 한번 보고 난 디자인은 다른 곳에서 확인했을 때 전부 이미테이션 같은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등포의 금은방에서와 달리, 백화점 명품 주얼리 매장에서는 “금 함유량이 어떻고 백금 함유량이 어떻고”의 원가 설명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결혼 반지를 구입하면서 좋은 디자인을 “소유”하고 있는데서 그 브랜드에 커다란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좋은 디자인은 소위 말하는 브랜드의 “클래식” 디자인이 되어,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결론

그래서 모든 명품 브랜드들은 클래식 디자인을 최소 하나씩 가지고 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상향과 이미지를 제품에다 녹여낸다. 마케팅적으로는 대중들이 해당 브랜드를 마주쳤을 때 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려고 애쓴다. 예를 들어 디올은 참하고 세련된 여성 이미지, 셀린느는 도시적이고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브랜드화한다. 그래서 각 브랜드의 모델 또는 엠버서더 리스트를 보면 뭔가 일정한 분위기 기준을 느낄 수 있다. 명품 브랜드는 이렇게 브랜딩한 디자인 계열의 제품들을 오래동안 만들어 오면서 브랜드의 스토리와 헤리티지(역사)를 쌓는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이미지를 생산하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 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그 명품 브랜드가 추구하고 쌓아오고 있는 이미지를 구매하는 것이다. 앞서, 가성비 경향성 그래프로는 도저히 분석할 수 없었던 가격은 “성능” 항목에 브랜드의 이미지 가치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품에 묻은 브랜드 이미지 가치는 추상적이며, 분석할 수 없으니 “부르는게 값”이다. 그리고 베블런 효과에 의해 이 값은 보통 매우 높게 책정된다.

명품 브랜드는 실시간으로 미적 트랜드를 리딩하며 대중들의 동경과 선망을 유도하여 패션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싼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미지에 대한 소유욕이 이성적, 합리적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에게는 마케팅 산업이 이뤄낸 기적의 성과와 같이 느껴진다.

명품이라는 두 글자에 허영심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오래된 통념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적 시각과 무관하게 명품 산업은 유래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하나로 재단할 수는 없다. 하나쯤 사치품을 가져보고 싶은 호기심일 수도 있고, 상위 단계의 자본 계급을 향한 동경과 모방일 수도 있고, FLEX로 대변되는 그저 쿨하고 즐거운 소비일 수도 있다.

값비싼 제품을 향해 카드를 꺼내기 전에, 잠시 멈춰서서 구입 동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나 자신을 더 이해하고 현명한 소비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ps. 나는 결국 파리와 런던의 명품 거리에서 가족들을 위해 관세 범위 내의 작은 선물들을 가지고 돌아왔다.